공지사항

<기사> 장애인 돕는 장애인 ‘개그맨’ 조정현씨 “예전엔 웃음을, 지금은 사랑을…”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3.05.21

‘어~쩔 수가 없어’ 등 유행어와 제스처로 시청자들을
TV 앞에 잡아 두었던 인기 개그맨 조정현(曺正鉉·43)씨.
4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시청자 곁을 떠났던 그가 이번에
는 상을 받는 모범 시민으로 돌아왔다.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19일 서울시청에서 이명박
(이명박) 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게 된 것이다.
수상 이유는 장애의 몸으로 장애인 돕기에 적극 나섰다는
것.
‘장애인 조정현’의 이야기는 1999년 8월로 거슬러 올라
간다.
조씨는 당시 뇌출혈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고 6시간 동안
뇌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오른쪽 몸을 쓸 수 없게 됐다.
20년 가까이 온 몸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시청자들에게 웃
음을 안겨줬던 조씨는 오른쪽 팔과 다리가 완전히 굳은 지
체장애 1급이 된 것이다.
이후 개그맨 조씨는 TV와 라디오에서 사라졌다.
“처음에는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는
분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조씨는 그러나 3개월 동안 머물렀던 병원을 나와 요양하라
는 주위의 말을 뿌리치고 자신이 운영하는 웨딩홀로 출근
했다.
마비된 몸을 많이 움직여 회복시켜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였고, 1cm라도 움
직여 보겠다며 석고같이 무겁고 굳은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입술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무슨 말이든 하려고
발버둥쳤다.
“포오~기~하쥐 안코~이제~는 히망이."
조씨는 아직도 언어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부정확
한 발음으로 천천히 한자 한자씩 입술을 움직였지만 얼굴
에는 여전히 웃음을 떠올렸다.
외부인들과 만날 때는 형 창현(昌鉉·54)씨나 웨딩홀 직원
이 조씨 곁에 앉아 그의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풀어주었다.
조씨는 형의 도움을 받아 “침을 맞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
지만, 굳어 버린 오른쪽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고통스러웠
다”면서 “‘다시 건강해 지리라’고 하루에도 수천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일어서겠다는 집념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을 서
너 바퀴 걷는 운동을 빼놓지 않고 있다.
오른쪽 발이 아직 불편하지만, 1주일에 2~3번은 영등포시
장에 나가 자신이 운영하는 정현뷔페식당에서 사용할 야채
와 과일 등을 직접 고른다.
굳었던 손가락과 발가락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하기까
지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도 왼손으로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 입거나
목욕할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조씨는 어느 정도 거동을 할 수 있게 되자 장애인 돕기 운
동에 눈을 돌렸다.
웨딩홀을 개조해 시각장애인용 점자 보도블록과 장애인용
화장실, 휠체어를 타고 건물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새
로 만들었다.
어려운 장애인 20여명에게 매달 생활비를 전달하고, 컴퓨
터를 배우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요즘 조씨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활동은 2001년 6
월부터 열기 시작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모임’이다.
후원회원이 300여명인 이 모임은 매월 넷째주 목요일 오
후 7시 정현뷔페에서 장애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연예인
들의 공연을 열고 있다.
조씨의 부탁을 받아 연예인인 개그맨 김정렬, 배영만씨,
가수 김흥국, 박성철, 박정식씨, 섹소폰 연주인 서정근씨
등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악을 공부하고 있는 큰딸 아라(한국예술종합학교3년·
22)씨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기꺼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조씨는 이달 말부터 정현뷔페에서 만든 음식을 어려운 이
웃이나 장애인에게 나눠주는 푸드뱅크 사업도 시작할 예정
이다.
조씨는 장애인 돕기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이번에는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자신의 역할도 생각 중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웨딩홀 1층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
당’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데, 그들도 단순
히 말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지요. 저
와 사정이 비슷한 거죠.”
차별받는 사람들이라면 장애인이건 외국인이건 가리지 않
고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말이다.
“언제 (몸이) 정상이 될지 몰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
요.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2003-04-19 (오피니언/인물) 인터뷰 22면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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