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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함께 사는 사회] 의정부 푸드뱅크(Food Bank)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3.07.22
오전 9시반 경기도 의정부역 앞의 한 상가건물.
4층 사무실로 들어서니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라는 액자가 걸려있다.
계란을 부치고 감자 써는 도마질 소리가 요란하다.
전기밥솥 5개에는 김이 솔솔 오른다.
도시락을 만드는 ‘좋은 모임’ 회원들의 손놀림이 더욱
부산해진다.
‘좋은 모임’은 지난 97년 경기 북부 지역 사찰 70여곳
의 스님들과 불교신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체계적으로 돕고
자 만든 단체다.
무료 진료 소개, 무료 이발 등 다양한 사업 중에서도 특
히 푸드뱅크(Food bank) 사업은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
고 진행되고 있다.
동네 상인 등으로부터 팔다 남은 야채와 고기, 음식 등을
기탁받아 의정부 일대의 독거노인 100여명에게 도시락을
조리해 전달한다.
처음에는 먹을거리를 기탁해오는 곳이 빵집 3군데에 불과
했으나, 지금은 학교급식소와 빵집, 야채가게나 정육점
등 50군데나 된다.
많이 받아올 때는 하루에도 열무 150단, 콩나물 30상자가
넘지만 때로는 오이 10개와 돼지고기 10kg으로 만족해야
하는 날도 있다.
“초기에 남는 먹을거리를 받아올 때 거의 구걸하다시피
했어요. ‘푸드뱅크’ 개념이 생소해서 ‘저 사람들 자기
들이 먹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지요. 그러
나 이젠 상인들도 우리를 믿고 음식을 맡깁니다."
의정부 푸드뱅크를 총 지휘하는 김남숙(여·54) 팀장의 말
이다.
푸드뱅크 자원봉사만 6년째다.
세운상가에서 큰 점포를 운영했던 김 팀장은 보증을 잘못
서 사업이 부도나고 집도 경매에 넘어갔던 이력이 있다.
“다 망하고 나서 정말 죽을 마음으로 지리산의 한 사찰
로 잠적했어요. 그때 ‘좋은 모임’의 이사장인 정암(73)
스님이 ‘재물은 어차피 없어지게 마련이니 마음을 비우
고 남을 위해 일하다 보면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푸드
뱅크를 소개시켜 주셨어요."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사무실은 아직도 들썩들썩, 드디어
20kg짜리 쌀 한 포대가 하얀 쌀밥으로 100개의 플라스틱
도시락에 소복이 담긴다.
노인들 먹기에 좋은 계란말이와 감자조림, 그리고 고혈압
에 좋다는 부추무침까지….
반찬을 담는 손길들이 바쁘다.
자원봉사자 이순옥(여·44)씨가 반찬을 담다 말고 잠시 의
자에 앉아 쉬고 있다.
13년 전 사고로 남편을 황망히 보내고 당시 초등학생이었
던 아들을 대학 공부까지 시키느라 하루도 재봉틀 앞을 떠
나본 적이 없었던 그녀다.
그러던 중 허리 디스크로 수술을 받게 됐다.
그 뒤로 무기력하게 집에만 누워있던 그녀는 알고 지내던
김 팀장의 권유로 푸드뱅크에 몸담게 됐다.
이씨도 살림이 넉넉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이 일을 하면서 몸도 많이 좋아졌어요. 독거노인들을 대
하다 보면 제 처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래도 밥
술은 뜨잖아요. 끼니를 굶으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너
무 많아요.”
도시락 100개를 0.5t짜리 수송차량에 싣고 나니 낮 12시
다.
그제야 오전 내내 동네 빵집과 떡집을 순회하고 돌아온 자
원봉사자 송대현(44·야채상)씨가 송편 2상자, 빵 4상자
를 들고 나타났다.
동네 떡집에서 팔고 남아 냉동보관해 두었던 떡과 하루만
지나도 진열대에 오를 수는 없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빵들이다.
버리는 데도 비용이 들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으니
까 ‘일석이조’라는 계산에서 기탁된 음식들이다.
송씨는 “우리 모두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자원봉사자
들이라 어려운 이웃 사정을 더 잘 이해해 마음에서 우러나
와서 일하는 것”이라며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년씩 교
통비도 안 나오는 이 일을 누가 하려고 들겠어”라고 말했
다.
이날 도시락 배달을 위한 운전은 의정부 가능3동에 있는
관음사(觀音寺)의 현철(40) 스님이 맡았다.
낡아서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싶던 수송차량이 스님의
손길이 닿자 부드럽게 빗속을 달렸다.
번화한 의정부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자 판자로 대강 지붕
을 삼은 작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꾸불꾸불한 좁은 골목 어귀마다 독거노인들이 삼삼오오 모
여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어제 먹은 빈 도시락을 건네며 아직까지 따끈한 도시
락을 받는다.
1년 넘게 도시락을 받고 있는 김길득(83) 할머니는 “매
번 신세가 많다”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대문도 없고 길가에 그대로 방문
이 노출돼 대나무 발로 얼기설기 가려놓은 집이다.
3평 남짓 되는 방의 흙벽이 흘러내릴까봐 신문으로 대충
도배되어있었다.
여기저기 두서없이 쌓아놓은 살림살이와 약병이 가득한,
창문도 없는 이곳은 하모(60)씨가 사는 곳이다.
사업이 부도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현실을 비관
해 집에만 틀어박혀 매일 술로 지샌 세월이 몇 십년.
하씨는 지병으로 두 다리를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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