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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중계3동사회복지관 "푸드뱅크"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4.01.26
"자, 자, 서둘러 주세요. 다들 설 음식을 기다리실 건
데.", "이 대리님, 봉투가 다 떨어졌어요."
20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중계3동 평화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푸드뱅크" 담당 이동진(32) 대리의 발걸음이 분주
하다. 이른 아침부터 구민들이 푸드뱅크에 맡긴 만두와 과
일, 떡 등을 여기저기에서 받아왔는데 포장 봉지가 이미 동
이 났다고 난리다.
당장 상계동 수제비집에서 김치를 받아와야 하는데 두대뿐
인 냉동차에는 음식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급한 대로
냉동차 대신 봉고차를 타고 수제비집으로 향했다.
3년 전부터 매주 두번씩 직접 담근 김치를 보내주는 "수락
산가재골 수제비" 송응순(55) 사장이 한걸음에 달려나와 김
치 100g과 다섯말 분량의 가래떡을 실어주며 "많이 못 챙겨
줘 미안하다"고 했다.
음식 장사하면서 손이 많이 가는 김치를 담가 보내기가 쉽
지 않을 텐데 송 사장은 "김치 없인 못 살잖아요"라며 웃어
보였다.
김치 냄새가 진동하는 봉고차로 복지관으로 가면서 이 대리
는 "매일 음식 실어나르고 포장하느라 고되긴 하지만 음식
을 건네주는 분들과 받는 분들의 환한 얼굴을 보는 즐거움
으로 산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조개를 배달해 준 적이 있는데 한 80대 할머
니가 그걸로 부침개를 해왔다"며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노원구에는 서울시 전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10%가 밀집
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이웃이 많다. 그래서 노원구는 구민
들한테서 음식물을 받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
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에 도착하자마자 이 대리는 가래떡부터 강당으로 날
랐다. 강당에는 자원봉사 아주머니 7명이 만두와 떡, 과일
등을 늘어 놓고 봉지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탈북자 등 중계3동 영구임대아파트 300
여가구에 전달할 음식들이라 포장하는 일도 만만찮다.
이번 설에는 가구당 가래떡 3g과 소고기 1근, 귤 반 박스
정도가 돌아간다.
이 대리는 먼저 포장이 끝난 봉지를 들고 중계동 목련아파
트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70대 올케
와 단 둘이 사는 안명자(89) 할머니 집. 스물 여섯살에 남
편과 사별해 자식도 없다는 안 할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
아 여러 차례 벨을 누른 뒤에야 굽은 허리를 이끌고 나왔
다.
설 음식을 건네자 할머니는 "아이구, 번번이 미안해서 어쩌
누. 라면 끓여 먹어도 되는디…"라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리고는 "코피"를 마시고 가라며 발길을 돌리는 이 대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코피"로 몸을 녹인 이 대리는 "올해
는 좋은 색시 만나 장가가야지"라는 할머니의 덕담을 뒤로
하며 다음 집으로 서둘러 떠났다.
[세계일보] 2004-01-20 () 07면 1319자
김수미기자/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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