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People in 경기] "사랑을 나누면 안 먹어도 배부르죠"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4.03.02

구리 푸드뱅크 崔浩英씨
빵·과일등 음식물 모아 불우이웃에 전달
지원금 30만원뿐… “사회의 관심 절실”

“오늘은 조금 늦었네. 어서 들어와.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야지.” 구리시 토평동 하수종말처리장 뒤편 비닐하우스
촌에서 혼자 살고 있는 권봉화(여·75)씨가 최호영(崔浩英
·32)씨의 손을 반갑게 잡았다. 최씨의 손에는 권씨를 위
해 준비한 빵과 라면이 들려 있었다. 권씨는 “최선생이 매
일 끼니를 걸르지 않게 먹을 걸 가져다 주니 아들보다 더
낫다”며 “어쩌다 하루 못보면 보고 싶어 진다”고 말했
다.

구리사회복지관에서 ‘푸드뱅크(food bank)’를 담당하고
있는 최씨는 이렇게 관내 무의탁 노인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시설 등을 돌며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푸드뱅크는 식품제조업체나 개인으로부터 음식물을 기탁받
아 소외계층에 나눠주는 활동. 최씨는 지난달 초부터 구리
에서 푸드뱅크 활동을 하고 있다.

“한 편에서는 먹을 것이 넘쳐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고민
하고, 한 편에서는 끼니를 걱정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푸드뱅크는 그런 모순을 해결하는 작은 실천이지요.”

권씨의 집을 나선 최씨는 수택동 수택고등학교 앞에서 혼
자 사는 김조열(72)씨의 집을 찾았다. 이날 판자를 얼기설
기 엮어 지은 김씨의 집은 굳게 잠겨 있었다. 최씨는 가지
고 온 빵과 라면 가운데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것들을 골
라 문앞에 놓아 두었다. “할아버지들은 제때 끼니를 챙겨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혹 상한 음식을 드실 수도 있어
더욱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구리 푸드뱅크를 후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업체는 30여곳 정
도.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인들처럼 한 달에 한번씩 기
부를 하는 곳도 있고, 음식물 대신 돈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물품은 빵과 과일, 야채, 라면 등이 주종을 이룬다.

푸드뱅크에 매일 빵을 제공하고 있는 제과점 ‘빵장수 야
곱’의 이경화(48) 사장은 “하루가 지난 빵을 모두 푸드뱅
크에 제공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빵의 신선도를 믿
고 오히려 단골이 된다”며 “푸드뱅크가 가게 운영에도 도
움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직접 만든 빵
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 기쁘지만, 가끔씩은 팔고
남은 빵을 드린다는 게 오히려 미안할 때도 있다”고 덧붙
였다.

하지만 푸드뱅크가 마냥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업체
에서는 유통기한을 하루 남긴 음식을 보내 오기도 하고, 심
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보내는 곳도 있다고 최씨는 말
했다.

“얌체같은 사람들이 더러 있지요. 하지만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해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받은 후,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직접 버
릴 수밖에 없지요.”

최씨는 푸드뱅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푸드뱅크는 단지 처치곤란한 음식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필요 이상으로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죠.” 그는 푸드뱅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더 필요하다
고 했다. 현재 구리 푸드뱅크에 대한 국가 지원금은 30만원
이 고작이다. 음식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차량의
유지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푸드뱅크는 음식에 사랑을 담아 나누는 일입니다. 그렇
게 사랑을 나누다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겁니다.”

(이성훈기자 yigija@chosun.com )
2004.3.1 (월) 21:35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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