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기사>[음지의 미신고 복지시설]시설정책 이대론 안된다

담당자 | 서울푸드뱅크 작성일 | 2005.06.13

미신고 복지시설이 급증하고 불법·탈법 시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잘못된 보건복지체계 때문이다.
중증 환자나 장애인 등에 대한 보호 책임이 그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은 비용이나 관리 면에서 보다 수월한 이들 시설을 찾는다.

이런 구조적 요인을 놔둔 채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해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국가와 지역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사회복지서비스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복지시설과 생활자들을 지역 사회와 멀어지게 하는 저급한 ‘님비의식’ 타파도 시급한 상황이다.

◆수급 불균형 바로 잡아야=맞벌이로 비교적 중산층에 속하는 김모씨는 맘이 편치 않다. 지난해 치매 증세가 심한 아버지(76)를 월 40만원이 드는 한 미신고시설에 맡긴 뒤로 ‘불효했다”는 죄책감 탓이다. 치매 초기 때는 어떻게든 아버지를 모셨지만 용변도 못 가리는 등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면서 병원 치료도 소용 없었고 가족은 모두 지쳐 갔다. 주변의 권유로 노인요양시설을 알아봤지만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시설이 부족해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씨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아버지 증세가 워낙 심하고 장기간 지속돼 결국 미신고시설을 택했다”며 “불효한 것 같아 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293곳에 불과했던 미신고 복지시설은 현재 1209곳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고시설 증가율의 3배에 달하는 빠른 속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약화된 가족 보호기능 등으로 시설 입소가 필요한 복지수요는 많은데 공식적인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입소조건마저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부도 시설 확충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예산 타령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입소할 수 있는 공식적인 사회복지시설은 6월 현재 1119곳으로 10만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용능력은 전체 기초수급자 중 시설 입소 희망자의 30∼40%에 불과하다. 여기에 가족 보호기능의 한계로 시설 입소가 필요하나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입소가 안 되는 차상위 계층과 서민층 20만여명(추산)에다 김씨 경우와 같은 중산층까지로 확대되면 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복지부가 앞으로 5년간 무료나 실비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 433곳(3만310명 수용)과 장애인시설 90곳(7740명)을 확충하겠다고 최근 밝혔지만 역부족인 셈이다.

특히 지역별 시설수급 편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복지분야 사업이 지방으로 넘어가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예산 부족을 호소하는 대다수 지자체가 복지 부문 예산을 딴 데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파악한 전국 사회복지시설의 인구 10만명당 평균 입소능력은 202.9명.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경기(119.2명), 서울(143.9명) 등 5개 시·도를 제외한 강원(396.3명) 전남(351.2명) 등 11개 시·도의 입소능력은 평균치에 훨씬 못미친다. 5개 시·도는 상대적으로 시설 한 곳당 적은 인원을 수용해 여유가 있는 데 반해 나머지 11개 시·도는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다 보니 형편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부연구위원은 “제도권에 있는 시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특히 시·군·구 지역단위로 가면 시설이 없는 지역도 많은데 이런 곳을 우선해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도권 시설은 다양한 형태의 시설 보호 대상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재가복지시설 확충 등 소규모 복지 연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김성이 교수는 “시설 보호 수요자들은 다양한 욕구를 지닌 상태로 발생하지만 현재 규격화된 제도권 시설은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가복지시설 등과 같은 다양한 소규모 시설 서비스를 확충하고 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님비의식 깨자=신고시설로 전환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건물을 신축 중인 충남의 한 장애인시설 조모 원장은 몰래 건물을 짓고 있다. 장애인 시설임이 알려질 경우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을 걱정해서다.

조 원장이 5년 전 현재 위치에다 시설을 열 당시에도 주민 반대가 극심해 어려움이 많았다. 곡괭이를 들고 와 다 때려 부수겠다는 위협도 다반사였고 재수가 없으니 나가라는 비난도 빗발쳤다. 이 같은 반감은 시설 측이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적극 벌이면서 누그러졌다.

조 원장처럼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했었거나 운영 중인 사람들은 ‘님비’로 불리는 지역 주민들의 편견과 이기심을 시설 운영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는다. ‘내 가족 중에도 시설 등에서 재활과 치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첨부파일

목록 목록